티스토리 뷰

목차


    3년연속조기 소진된 실버론 왜 매년반복될까 ?

     

    노후 생활이 여유롭지 않은 고령자들에게 실버론(노후긴급자금 대부제도)은 사실상 생명줄 같은 제도입니다.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10%가 넘는 고금리 카드론을 받지 않고도 국민연금 담보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실버론 제도가 3년 연속 조기 소진되며 매번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고, 결국 정부가 추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간신히 연명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는 걸까요?


    실버론이란 무엇인가?

    실버론은 이름 그대로 고령자들을 위한 긴급 대출 제도입니다. 신청 자격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이며, 최대 1,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금리 역시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연 2%대 수준이라, 은퇴자들에게는 정말 절실한 금융 지원책입니다.

    다만 생활비 용도로는 대출이 불가능하고, 전월세 보증금·의료비·배우자 장제비 같은 긴급 상황에서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 전체 대출액의 68%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의료비와 장제비가 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월세 관련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예산 조기 소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3년 연속 조기 소진… 계속 반복되는 이유

    사실 실버론 예산 부족 문제는 올해 처음이 아닙니다.

    • 2023년: 447억 원 편성 → 11월 조기 소진
    • 2024년: 422억 원 편성 → 9월 조기 소진
    • 2025년: 380억 원 편성 → 7개월 만에 소진 후 250억 원 추가

    즉, 3년 연속으로 예산이 일찍 바닥났고, 결국 추가 편성을 통해 땜질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오히려 예산을 줄여왔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2025년에는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까지 확대하면서 소진 시점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버론의 제도적 애매함

    문제는 실버론의 제도적 위치가 다소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실버론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 일부를 활용하는데, 국민연금기금의 본질적인 목표는 국민들의 노후연금 재원을 지키는 것입니다. 반면, 실버론은 사실상 복지부 긴급복지 정책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입장에서는 예산을 크게 늘리기 어렵고, 복지부는 매번 긴급 편성을 요청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겁니다. 제도 자체가 안정적인 기반 위에 있지 않으니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전문가의 지적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실버론은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인 ‘강제 저축’과는 상충되는 제도”라며 “지금처럼 완화된 기준으로는 전월세보증금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니 사실상 선착순 대출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요건 강화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단순히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대출 대상이나 사용처를 명확히 구분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지원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정리: 필요한 건 ‘안정성’

    실버론은 고령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제도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전월세 보증금과 의료비처럼 갑자기 큰돈이 필요한 순간에, 다른 금융상품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조기 소진 사태는 이용자들에게 불안과 혼란만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땜질식 운영이 아니라, 예산 규모의 안정적 확보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실버론이 진정한 ‘노후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